꽃과시

호랑거미 암컷

제이비_jeybi 2008. 4. 8. 17:21

 

 

호랑 거미 암컷

 

눈맞춤   손맞춤   입맞춤  귀맞춤

넓은그대  품안기리  오감육감   뒤로하고

 

네가나를  사랑하여  오장육부  다녹이고

긴손발로  둘둘말아  뒷곳간에  감춰둬도

 

고사리  손으로  펴오르는 나의행복

티끌같은 이내영혼 쪽빛하늘로 날려주네

 

 

지리한 8월 장마 속에서 호랑거미의 사랑을 생각해 본다. 

암컷에 비해 보잘것없이 작은 수컷은 암컷에 수정한 후 생식기를 잘라 일종의 정조대로 남겨둔다. 그리고는 황급히 도망가는데 대부분은 암놈에 잡혀 먹힌다.

자기 종족을 먹는 행동을 동종포식 (cannibalism)이라 하는데, 생물계에서는 그렇게 이상한 행동도 아니다. 냉정한 이론으로 말한다면 자기 DNA를 가진 자손(F1)이 번성하려면 영양이 필요한데 가장 가까이서 그 영양소를 골고루 가진 것은 부모세대임이 분명하다. 그 중 산란과 육아를 책임질 개체(주로 암컷)는 자손이 성장할 때까지 살아야 하며, 자손 성장에 별로 기여 못하는 숫컷은 몸으로 기여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자연스럽다”라는 말을 잘 쓰지만, 동종포식에 대해 이 용어를 쓸 정도가 되면 좀더 생태에 접근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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