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이 번성하던 시기인 일억오천만년전부터 육천오백만년전까지를 지구 과학자들은 백악기라 한다. 백악기에는 상당히 온난한 기후였고, 남북극의 빙산들이 녹아서 해수면의 수위가 지금보다 높았다. 꼬냑 원산지인 프랑스 서해안에서 70여 km 들어온 샤랑트 지방도 백악기 때는 아주 얕은 바다였다.
이 시기에는 해양 생물이 폭발적으로 번성했으며, 특히 다공성 석회질(탄화칼슘, 흰색)을 가지는 수생 생물들 (예; COCOLITH)이 얕은 여울로 된 바다를 뒤덮었다. 이런 생물들의 잔해가 장구한 세월에 걸쳐 앝은 여울 바다에 가라 앉아 석회 퇴적층을 형성하였다. 그래서 이 시기를 라틴어 어원으로 석회(CHALK)를 의미하는 Cretaceous라고 명명했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도버 해협에서 해수면으로부터 100m까지 직각으로 솟아오른 하얀색의 절벽인 THE WHITE CLIFF OF DOVER가 대표적이다. 꼬냑 원산지인 샤랑트 지방도 예외가 아니어서 수천만년 동안의 석회퇴적층이 발달하게 되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현세에 와서는 지구 기온이 내려감에 따라 남북극 빙산들이 두꺼워지고 해안선이 후퇴하여서 샤랑트 지방은 육지가 되었고, 퇴적된 석회질은 그 자리에 남아 하얀 지층을 형성하였다. 이 석회 토양은 적당량의 수분은 물론 미네랄 성분을 보존하는 성질이 강하여서 포도 농사에 좋은 조건을 제공하였다.
이런 천혜의 조건을 지닌 샤랑트 지방의 꼬냑 산지의 지도를 보면, 바다가 만든 이 석회질 토양이 꼬냑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샤랑트 지방의 꼬냑 산지는 1960년대에 대략 확정된 대로 6개 지역으로 나뉘는데, 그 것들을;
그랑 상파뉴 (la Grande Champagne)
쁘띠 상파뉴 (la Petite Champagne)
볼더리 (les Borderies)
팡 브와 (les Fins Bois)
봉 브와 (les Bons Bois)
브와 오디날레 (les Bois Ordinaires)
라고 6개 지역으로 공식 구분하며, 그랑 상파뉴 지역을 중심으로 둥그런 동심원을 그리는 듯 산재되어 있다. 이 모양은 수 억년 전의 석회질 퇴적 모양과 유사하며, 산출되는 꼬냑도 동심원에 가까울수록 독특한 맛과 향을 포함하기 때문에 고급 품질로 쳐주는 경향이 있다. 토양 색깔 또한 그랑 상파뉴가 가장 흰색을 띤다.
<출처: 꼬냑사무국(BNIC)에서 발행한 그림을 편집했음>
꼬냑의 향기 중에서 몽땅(불momtant, 영 first-nose)이라 부르는 첫향내음과 둘째 향내음(영 second-nose)는 주로 원재료인 포도의 증류과정에서 발현되는 향기이기 때문에 거의 단일 품종을 재배하는 이 지역에서는 토질이 부케(첫 향내음과 둘째향내음의 통칭)의 특징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포도를 재배할 수 있는 기후 대역에서 이러한 토질은 지구상엔 샤랑트 지방 외에는 미국 텍사스의 석회암 퇴적층 정도이며, 그나마 텍사스는 고온 건조하여 비교적 소규모의 포도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꼬냑을 세계 최초의 명품으로 만든 요인은 독특한 석회질 토양뿐은 아니다. 17세기에 꼬냑이 발명된 후 가장 적합한 품종을 선정하고, 증류할 때 많이 소모되는 연료였던 참나무들을 꼬냑 숙성과정에 집어 넣어 섬세하게 맛과 향을 다듬는 노력이 쌓인 덕이다.
그래서 꼬냑을 포도와 토양과 참나무의 공동작품이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