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몫
꼬냑은 오크통에서 숙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할 수 없는 자연 현상인 증발을 겪게된다. 꼬냑의 오크통을 만드는 참나무인 오크는 꼬냑 원산지인 프랑스 남서부 대서양 연안인 샤량트지방 인근의 리무쟁 숲과 트로셰 숲에서 나오는 참나무를 말하며, 이 나무통을 사용하여 샤량트에서 숙성된 브랜디만을 꼬냑이라고 한다.
그런데, 오크통은 많은 기공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나라 옹기처럼 호흡을 한다. 오크통을 만들 때, 별도의 방수처리나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으며, 단지 무쇠 테를 조여 수 십년간 꼬냑을 저장할 수 있도록 한다.
꼬냑의 원료인 오드비(eaux de vie)는 두번의 증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약 70도의 강한 알코올 주정이다. 통상 이 오드비를 오크통에 부어 저장하면, 오크통의 수많은 미세 구멍을 통해서 매년 알코올이 증발하는데, 수년간은 연간 3% 정도씩 도수가 낮아지고 그 후로는 1~2%씩 낮아져서 약 20년 후에는 자연적으로 40도 정도의 술이 된다. 알코올이 증발됨에 따라 오크통의 꼬냑의 양은 줄어들게 되므로, 이를 샤량트 사람들은 천사들조차 명품인 꼬냑의 맛과 향을 못잊어 밤중에 몰래 내려와 꼬냑을 마신다고 생각해서 이를 "천사의 몫 (영 Angel's share)"라고 부른다.
샤량트 지방에 저장된 수억개의 오크통에서 매년 수억 리터의 알코올이 하늘로 증발되므로 이를 천사들이 마셨다면, 하늘에서 음주 비행을 하다 여객기에 부딪히는 사고가 안나는게 다행일 것이다.
증발되는 알코올을 먹고 자라는 곰팡이 때문에 꼬냑 저장고에는 늘 검은 곰팡이가 자란다.
꼬냑이 숙성이 완료되면, 데미종이라는 50리터 들이 유리병으로 꼬냑을 옮겨 담아 놓는다. 물론 유리병안에서는 숙성이 멈추기 때문에 향과 맛이 그대로 유지된다. 소문에 의하면 어느 꼬냑 저장소에는 18세기 초에 담아논 꼬냑을 수십병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 당시 꼬냑을 만드는 포도의 품종은 지금의 위니 블랑과는 다른 품종이었는데, 포도 자체의 향이 워낙 풍부해서 매우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